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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 (액션, 드라마, 배우들의 헌신)

by heeya97 202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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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

설 연휴를 앞두고 극장가에 또 하나의 기대작이 등장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는 개봉 전부터 <베를린>의 세계관을 잇는다는 소식에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개봉 첫 주에 극장을 찾았는데, 나오는 길에 든 생각은 "이건 호불호가 명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액션만큼은 정말 압도적이었지만, 드라마 파트에서는 아쉬움이 컸거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휴민트>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정리하면서, 제가 직접 느낀 장단점을 솔직하게 나눠보려 합니다.

액션은 마스터클래스, 드라마는 반쪽짜리

<휴민트>를 본 분들 중에는 "류승완 감독이 액션만큼은 여전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입니다. 저 역시 이 부분만큼은 강력하게 동의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일련의 액션 시퀀스는 한국 영화사에서도 손꼽을 만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먼저 눈길 위에서 펼쳐지는 카체이싱(Car Chasing)부터 압권입니다. 여기서 카체이싱이란 자동차를 이용한 추격 장면을 의미하는데, 단순히 속도감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미끄러지는 노면과 좁은 골목길이라는 공간적 제약을 극대화하여 긴장감을 끌어올립니다. 이어지는 총격 액션에서는 탄착군(彈着群, Bullet Grouping)이라는 개념이 돋보이는데, 이는 총알이 명중하는 위치의 밀집도를 뜻하는 사격 용어로 영화에서는 조인성과 박정민이 엄폐물을 활용하며 정확한 조준 사격을 주고받는 장면으로 구현됩니다(출처: 대한사격연맹). 총알이 떨어지면 본격적인 근접전(CQC, Close Quarters Combat)이 시작됩니다. CQC란 밀폐된 공간이나 근거리에서 벌어지는 전투 방식으로, 류승완 감독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영역입니다. 실제로 영화 속 맨몸 액션은 과장 없이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타격감이 살아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본작의 액션 씬 제작에는 총 81일의 촬영 기간 중 약 30% 이상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반면 드라마 파트는 명백히 약합니다. 조인성이 연기한 국정원 요원 '조 과장'은 정보원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캐릭터로 설정되었지만, 정작 그의 내면 갈등이나 트라우마는 피상적으로만 다뤄집니다. 박정민과 신세경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영화의 정서적 중심축인데, 정작 그 관계가 왜 그토록 절실한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솔직히 저는 중반부에서 약간 지루함을 느꼈습니다. 첩보물을 기대했는데 멜로드라마가 전면에 나서면서, 템포가 확 떨어지는 느낌이었거든요. "이 영화가 뭘 하고 싶은 거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다만 이런 평가에도 반론은 있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90년대 홍콩 느와르에 대한 오마주로 보면 멜로 중심 서사가 자연스럽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휴민트 속 배우들의 헌신, 그리고 아쉬운 완성도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박정민은 <헤어질 결심>에 이어 또 한 번 순애보형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그가 보여준 억눌린 감정의 폭발은 영화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박해준 역시 악역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신세경은 제한된 분량 안에서도 강인한 생존 의지를 표현해냈습니다. 하지만 조인성의 연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그의 또박또박한 발음과 선한 톤은 '인간적인 요원'이라는 캐릭터성에는 맞지만, 긴박한 대치 상황에서도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어 긴장감이 반감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 역시 몇몇 장면에서는 "좀 더 날카로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할 부분입니다. <휴민트>는 제목부터 HUMINT(Human Intelligence)라는 첩보 용어를 내세웠지만, 정작 인적 정보 수집이라는 주제는 초반 이후 거의 다뤄지지 않습니다. 대신 영화는 '구출극'으로 방향을 틉니다. 이런 정체성의 혼란이 관객들에게 혼란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제작비 대비 흥행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순제작비 235억 원이 투입되었고 손익분기점은 400만 명이었지만, 최종 관객 수는 약 198만 명에 그쳤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류승완 감독으로서는 <군함도> 이후 두 번째 흥행 실패작이 되었고, 이는 감독 본인에게도 큰 충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는 초기작처럼 작은 규모의 영화로 돌아가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민트>가 보여준 기술적 성취는 분명합니다. 특히 음향 설계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포맷으로 극장에서 들으면 총알 한 발 한 발의 임팩트가 고막을 파고듭니다. 촬영 역시 양현석 촬영감독의 손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의 차갑고 회색빛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평가를 정리하자면,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액션 장인 정신이 빛나는 작품이지만, 드라마와 장르적 정체성에서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 영화입니다. 액션 마니아라면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작품이지만, 정통 첩보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류승완 감독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색깔을 더 또렷하게 담아낸 작품을 기대해봅니다.


참고: https://namu.wiki/w/%ED%9C%B4%EB%AF%BC%ED%8A%B8(%EC%98%81%ED%99%94), https://www.youtube.com/watch?v=DF1_ezrig3A, 씨네21 (Cine21): 김철홍 평론가 리뷰, "마땅한 값을 치르기로 결심한 인간의 결의가 세상을 구한다", 1544호, YTN star: [Y리뷰] "뜨거운 피가 흐르는 차가운 영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김성현 기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조인성 배우 인터뷰 및 <휴민트> 캐릭터 분석, 시사위크: [인터뷰] "쾌감보다 사람", <휴민트> 류승완 감독의 선택, 이영실 기자, 부산일보: "류승완 감독 '휴민트', 여성 캐릭터의 주체적 변화와 연대 분석", 아주경제: [최씨네 리뷰] "'휴민트' 류승완의 리듬, 고전적 우아함에 도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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