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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현실성 논란, 자본의 힘, 정의의 클리어)

by heeya97 2026.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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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저도 처음엔 그냥 시원한 액션 영화로만 봤습니다. 화면 속 마티즈가 3층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멀쩡히 달리는 장면을 보면서 "뭐 영화니까" 하고 넘어갔죠. 그런데 극장을 나와서도 머릿속이 한동안 조용해지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과장된 액션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건드린 질문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정말 현실에는 없는 이야기일까?" 〈조작된 도시〉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 권유가 게임 클랜 동료들과 함께 진실을 밝혀내는 액션 스릴러입니다. 2017년 개봉 당시 250만 관객을 모았지만, 평론가와 관객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죠. 현실성 논란이 핵심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조작된 도시의 현실성 논란: 과장인가, 은유인가

이 영화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지점은 바로 '현실성'입니다. 일개 변호사가 전국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슈퍼컴퓨터를 개인 소유하고, 국가원수급 권력을 휘두른다는 설정부터 이미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죠. 게다가 마티즈가 3층에서 떨어지고도 멀쩡하게 달리는 장면, 히키코모리가 갑자기 4명이 거주할 거대한 은신처를 마련하는 장면 등 하나하나 따지면 말이 안 되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영화를 혹평하는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협 영화에서 사람이 하늘을 날아도 우리는 불평하지 않는다. 그건 애초에 그런 장르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현실을 기반으로 시작하다가 갑자기 비현실적인 묘사가 늘어나니 어색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초반부는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국가대표 출신 백수가 억울하게 성폭행범으로 몰리고, 모든 증거가 그를 범인으로 가리키는 과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죠.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핍진성'이 부족합니다. 영화 속 악당 민천상은 거의 모든 권력가의 범죄를 조작해주고 그들을 장악했다는 설정인데, 그러려면 권력가의 자녀들이 전부 살인이나 성폭행을 저지르는 소시오패스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이건 좀 억지스럽죠. 마치 서민 관객의 분노에 호소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 이 영화를 옹호하는 분들은 "외국 영화에도 이것보다 더한 장면이 많은데 왜 한국 영화에만 유독 현실성을 따지느냐"고 반박합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사실 저도 이 부분에서 고민했습니다. 과연 우리가 한국 영화에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닐까요? 하지만 결론은 조금 달랐습니다. 문제는 '비현실적이냐'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느냐'였습니다. 영화 초반의 톤과 후반의 톤이 너무 다르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몰입이 깨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자본의 힘: 돈은 어디까지 현실을 조작할 수 있나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며 제일 오래 남은 건 기술이 아니라 '돈'이었습니다. 영화 속 민천상의 힘은 슈퍼컴퓨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돈으로 사람을 움직이고 침묵시키는 데서 나옵니다. 누군가는 돈 때문에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누군가는 돈 때문에 기록을 '그럴싸하게' 정리하고, 누군가는 돈 때문에 의심을 멈추고 편한 결론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질문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어디까지 조작할 수 있을까?" 영화는 그 끝을 스릴러의 크기로 밀어붙이지만, 저는 오히려 그 과정이 더 무서웠습니다. 대단한 한 방이 아니라 작은 선택들이 조금씩 쌓여서 어느 순간 "다들 그렇게 믿게 되는" 상태가 되는 것. 그게 진짜 조작의 본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일각에서는 "권력가 자녀가 다 범죄자라는 설정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저는 이 부분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은유로 봤습니다. 실제로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범죄자인 건 아니겠죠. 하지만 돈이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시스템을 대충 굴러가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영화는 그 지점을 과장된 방식으로 보여준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우리는 종종 "이미 결론이 난 이야기"를 전달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건의 전후 맥락은 짧게 잘리고, 자극적인 부분만 남고, 그걸 본 사람들의 댓글과 반응이 또 하나의 '증거'처럼 붙죠. 그렇게 여론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보면 가끔은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실은 대체로 느리고 설명은 길지만, 조작은 빠르고 이야기는 짧습니다. 그래서 더 위험한 것 같습니다.

정의는 정말 '클리어'될 수 있나

영화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속도가 빠르고 액션이 시원하고, 팀을 모아 돌파해 나가는 과정이 게임처럼 짜릿하죠. 억울한 사람이 반격할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도 있고요. 그런데 그 통쾌함이 클수록 저는 이상하게 마음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에서는 보통 "보스를 잡으면 끝"이 아니거든요. 한 번 낙인이 찍히면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도 이미 잃어버린 시간과 관계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정정 보도보다 처음 들은 이야기를 더 오래 기억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달리고 또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설령 진실이 밝혀져도 이 사람은 이미 한 번 죽은 거 아닌가?" 일부 관객들은 "게임 클랜원들이 어떻게 권유가 무죄라는 확신을 가지고 손발 벗고 나서느냐"고 비판합니다. 영화상에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을 스토리의 결함이라기보다는 생략된 서사로 이해했습니다. 털보가 이미 권유의 계정을 추적해 사적 정보를 알고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연락을 취했다고 보면 납득이 가능하죠. 물론 이건 제 해석일 뿐입니다. 영화가 이 부분을 좀 더 분명히 보여줬다면 개연성 논란은 줄었을 겁니다. 그리고 마덕수를 교도소에서 빼내는 장면도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무기징역 확정된 흉악범을 그렇게 쉽게 꺼낼 수 있느냐"는 겁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죠. 하지만 이 역시 은유로 읽으면 다르게 보입니다. 권력이 법을 넘어서는 순간이 실제로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영화는 "가능하다"고 답하는 겁니다. 과장됐지만 완전히 허구는 아니라는 거죠. 〈조작된 도시〉는 시원한 액션과 속도감으로 달리는 영화인데도 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건드리는 건 범죄가 아니라 현실이 만들어지는 방식이었으니까요.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진실을 뒤집을 수 있다는 공포라기보다는 우리가 너무 쉽게 그럴듯한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습관, 그리고 자본과 권력이 그 습관을 이용해 어디까지든 밀어붙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무서웠습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질문은 남았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어쩌면 이미 조금씩 조작되고 있는 건 아닐까?"


참고: https://namu.wiki/w/%EC%A1%B0%EC%9E%91%EB%90%9C%20%EB%8F%84%EC%8B%9C, https://namu.wiki/w/%EC%A1%B0%EC%9E%91%EB%90%9C%20%EB%8F%84%EC%8B%9C/%EC%A4%84%EA%B1%B0%EB%A6%AC, https://namu.wiki/w/%EC%A1%B0%EC%9E%91%EB%90%9C%20%EB%8F%84%EC%8B%9C/%ED%8F%89%EA%B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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