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봄, 극장을 나서면서 저는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보고 난 직후였는데, 영화관 로비에서 멍하니 서 있던 제 모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휠체어를 탄 백만장자와 전과자 청년의 우정 이야기라는 설정만 들었을 때는 솔직히 뻔한 신파극이겠거니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112분 내내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면서, 저는 '진짜 우정'이 무엇인지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1,944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172만 명을 불러 모으며 국내 개봉 프랑스 영화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실화가 주는 무게감: 필립과 압델의 진짜 이야기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실제 주인공들의 사진이 등장하는 순간, 극장 안이 숨죽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마비(Quadriplegia)가 된 귀족 출신 사업가 필립 포조 디 보르고와 그의 간병인이었던 알제리 출신 압델 야스민 셀로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여기서 전신마비란 경추 손상으로 인해 목 아래 신체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필립은 손가락만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뿐 팔도 다리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영화 속 드리스는 세네갈 출신 흑인으로 설정되었지만, 실제 모델인 압델은 아랍계라는 점입니다. 감독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마르 시라는 배우가 가진 특유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영화의 성공에 결정적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본 뒤 오마르 시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봤는데, <언터처블>만큼 그의 매력이 폭발한 작품은 없더라고요. 필립은 1951년생으로 1500년대부터 기록이 남아있는 귀족 가문 출신이었고, 2023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출처: 나무위키). 영화 개봉 후에도 두 사람의 우정은 십수 년간 이어졌고, 필립의 부고 소식에 오마르 시는 SNS를 통해 "당신은 영원히 제 마음속에 있을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영화 속 우정이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진짜였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를 사로잡은 흥행 신화
<언터처블>의 흥행 기록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2011년 11월 프랑스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무려 10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최종 1,944만 920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2012년 기준 프랑스 전체 인구가 약 6,566만 명이었으니, 거의 인구의 3분의 1이 극장을 찾은 셈입니다. 역대 프랑스 영화 중 흥행 2위, 전체 박스오피스로는 <타이타닉>과 <알로 슈티>에 이어 3위를 기록했죠. 흥행 수익을 살펴보면 그 위력이 더욱 실감납니다.
- 프랑스: 1억 6,600만 달러
- 독일: 7,907만 달러 (900만 명 이상 관람)
- 한국: 1,109만 달러 (172만 명)
- 일본: 1,813만 달러
- 전 세계 합산: 4억 2,650만 달러
저는 당시 개봉관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평일 낮 상영인데도 좌석이 거의 꽉 찼던 게 기억납니다.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에 따르면 이 수치는 당시 비영어권 영화로는 세계 흥행 1위 기록이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물론 2020년대 들어 중국 영화들과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에 순위는 밀렸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자막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프랑스어 영화가 이런 성과를 거뒀다는 건 여전히 놀랍습니다. 독일에서도 9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는데, 영화 마지막 부분에 히틀러 드립이 나오는데도 이 정도 흥행을 했다는 건 그만큼 이야기의 힘이 강했다는 방증입니다. 제가 프랑스 친구에게 물어봤을 때도 "프랑스 사람들은 이 영화를 최소 두세 번은 봤다"고 하더라고요.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를 넘어, 사람들 마음속에 오래 남는 무언가가 있었던 겁니다.
평가의 양면: 따뜻한 공감과 클리셰 논란 사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프랑스와 유럽, 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지만, 미국 평단은 다소 냉정했습니다. 메타크리틱(Metacritic) 점수 57점, 로튼 토마토 신선도 76%로 준수한 편이지만, IMDb 8.5점과 관객 점수 93%와는 대조를 이룹니다. 여기서 메타크리틱이란 여러 평론가의 점수를 가중평균하여 0~100점 사이로 환산하는 지표인데, 57점은 '엇갈린 평가(Mixed Reviews)'에 해당합니다. 미국 평단의 주된 비판은 '매지컬 니그로(Magical Negro)' 클리셔였습니다. 이는 백인 주인공의 성장을 돕기 위해 등장하는 신비로운 흑인 조연 캐릭터를 뜻하는 용어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비판받는 설정입니다. 뉴욕 타임스의 스티븐 홀든은 "드리스가 필립의 영혼을 구원하는 도구처럼 소비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버라이어티의 제이 바이스버그 역시 "인종적 고정관념을 답습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 이 비판을 접했을 때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시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한국의 씨네21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지적했듯, 이 영화는 '쌍방향 구원'의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리스는 필립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필립 역시 드리스에게 책임감과 자신의 재능(그림)을 발견하게 해주었고, 가족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단순히 한쪽이 베푸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제게는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국내 평론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생의 찬가"라며 별 3개를 주었고, 송경원 평론가는 별 4개를 주며 "웃으면 복이 와요!"라고 평했습니다. 알로시네 관람객 평점 4.4점, 야후 재팬 4.30점 등 관객 반응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습니다.
언터처블 : 1%의 우정, 15년이 지나도 색바래지 않는 이유
2012년에 만난 이 영화를 2026년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필립이 드리스에게 고마움을 느낀 건 그의 뛰어난 간병 기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드리스는 필립을 '불쌍한 장애인'이 아니라 '짜증 나고 웃기는 한 명의 인간'으로 대했고, 그게 필립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대할 때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지는 않나? 선입견이라는 벽 뒤에 숨어 사람을 판단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더라고요. 영화 속에서 필립의 생일파티 장면,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가 흐르며 딱딱한 클래식 연주회가 댄스 플로어로 바뀌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문화를 향유하는 데 격식이 뭐가 중요한가요? 그 순간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예술이고 최고의 우정인 겁니다. 2019년에는 할리우드에서 케빈 하트와 브라이언 크랜스턴 주연의 <업사이드>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었지만, 원작만한 감동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역시 오리지널의 힘은 강합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설날 특선으로 KBS에서 더빙 방영되었고, 이후 OBS에서도 자막판으로 부정기 편성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가끔 삶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지칠 때, 저는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봅니다. 휠체어를 타고 밤거리를 미친 듯이 질주하던 두 남자의 웃음소리, 경찰차를 따돌리고 바닷가에 도착해 서로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떠오르면 다시 힘이 납니다. 1%의 우정이 99%의 편견을 이겨내는 기적, 그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는 언제든 최고의 처방전이 되어줄 것입니다. 제 인생 영화 리스트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작품입니다.
참고: https://namu.wiki/w/%EC%96%B8%ED%84%B0%EC%B2%98%EB%B8%94:%201%25%EC%9D%98%20%EC%9A%B0%EC%A0%95, https://www.youtube.com/watch?v=8GKFdSi1lSw, https://www.rogerebert.com, https://www.theguardian.com, https://www.cine21.com, https://www.nytimes.com, https://variety.com, https://www.boxofficemoj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