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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공범성, 연쇄구조, 정의의 거래가능성)

by heeya97 2026.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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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영화 <부당거래>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부하는 작품입니다. 수도권 일대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연쇄 살인 사건을 둘러싼 경찰과 검찰, 그리고 권력의 거래를 통해 정의가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범인을 잡는 과정이 아니라, 범인을 '만드는' 과정을 다루며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부당거래 속 시스템의 공범성: 조직 안에서의 생존 논리

영화 속 최철기 반장은 광역수사대의 에이스였지만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번번이 밀려났습니다. 그는 수사 실력이 뛰어난 베테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후배에게까지 승진 기회를 빼앗기는 처지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최철기가 왜 상부의 은밀한 지시에 따라 사건 조작에 가담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상부에서는 만에 하나 뒤탈이 생기게 되더라도 버리는 패로 최철기를 지목했고, 최철기 역시 상부에서 자신을 지목한 의도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탁월한 지점은 최철기를 단순한 악당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조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당히' 타협해 왔고, 그 타협의 총량이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폭발합니다. 조폭 출신 건설업자인 해동건설 대표 장석구를 통해 이동석을 가짜 범인으로 만드는 과정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요구하고 묵인하는 구조적 범죄였습니다. 장석구 역시 처음에는 최철기의 제안을 질색하며 완강히 거부했지만,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결국 거래에 응하게 됩니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실적'과 '여론' 그리고 '면피'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까지 직접 사건에 개입하게 되자 경찰은 빠른 해결을 압박받았고, 유력 용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가짜 범인을 만들어 수사를 종결짓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관객은 최철기를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납득하게 됩니다. "저 구조에서 저 사람만 깨끗하기는 가능했을까?"라는 질문이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의 공범성이며, 개인의 악의보다 더 무서운 집단적 타협의 메커니즘입니다.

거래의 연쇄구조: 부당함이 부당함을 낳는 과정

영화는 하나의 거래가 어떻게 연쇄적으로 더 큰 부당함을 만들어내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줍니다. 최철기와 장석구의 첫 번째 거래는 이동석을 가짜 범인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5월 13일 오후 2시 31분, 장석구의 지시를 받은 수일은 이동석을 쓰레기 처리장으로 납치해 고문을 가하며 자백을 강요했습니다. 이동석은 알리바이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으니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장석구는 증거불충분이 무죄인 건 아니라며 가족으로 협박했습니다. 결국 이동석은 뇌물과 정신병자 행세를 하면 사형이 아닌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는 협박과 회유에 굴복하여 강제 자백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거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장석구는 최철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대신, 태경그룹 김양수 회장을 5월 14일 오후 9시 40분 골프장에서 청부 살해하고 김 회장과 함께 골프를 치던 검사 주양의 사진을 몰래 찍어 협박 카드로 사용했습니다. 이는 주양에 대한 협박이자 동시에 최철기에게 보내는 경고였습니다. 한편 이동석은 5월 16일 오전 10시 13분 국선변호인을 통해 자신이 정신감정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장석구에게 속았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검찰 취조실에서 난동을 부리며 '장석구 불러와 이 개새끼들아!'라고 소리쳤고, 이를 들은 주양 검사가 사건의 내막을 눈치채게 됩니다. 주양은 5월 18일 오전 8시 51분 언론 플레이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고, 최철기는 궁지에 몰리자 5월 19일 오전 8시 39분 이동석을 유치장에서 자살로 위장해 살해했습니다. 그 후 장석구마저 해동빌딩 건설현장에서 엘리베이터 사고로 위장해 제거했고, 장석구의 오른팔인 수일까지 직접 권총으로 처리하려다가 후배 형사 마대호와 몸싸움을 벌이다 총기 오발로 마대호를 죽이고 맙니다. 하나의 거래가 살인을 낳고, 그 살인을 숨기기 위한 또 다른 살인이 이어지는 연쇄구조가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비판적으로 보면, 전개가 너무 탄탄하게 '거래의 연쇄'로 연결되다 보니 몇몇 구간에서는 인물의 감정이 서사의 기능에 조금 묻히는 느김도 있지만, 바로 그 기계적인 연결성이야말로 시스템의 무자비함을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정의의 거래가능성: 진실이 묻히는 메커니즘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반전은 이동석이 실제로 진범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국과수에서 훼손 때문에 도저히 판독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혈흔의 판독 결과가 나왔고, 이동석이 진범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애초에 이런 뻘짓할 필요 없이 정석대로 수사했으면 해결됐을 사건을 대통령 눈치 보느라 무리수를 두다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것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동석의 딸조차도 친딸이 아니었다는 점인데, 이는 이동석이 지적장애인과 결혼한 이유가 바로 그녀의 딸 때문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즉, 이동석은 의붓딸을 성폭행하기 위해 결혼했고, 결혼 이후에도 아동성애자적 성향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사실은 영화가 던지는 가장 잔인한 질문을 만들어냅니다. 범인을 잡는 것과 정의를 회복하는 것은 같은가? 실적이 정의의 기준이 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가? 최철기는 사건을 해결한 공을 인정받아 경정으로 승진했지만, 그를 반겨줬어야 할 팀원들은 마대호의 장례식에 모두 가 있었습니다. 팀원들은 최철기 혼자서만 진급을 했다는 사실과 석연찮은 마대호의 불명예스러운 죽음에 점점 불만과 불신을 키웠습니다. 결국 장석구의 운전기사 운짱이 촬영해 놓은 영상을 통해 동료 형사들은 마대호를 죽인 범인이 최철기임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최철기를 차로 치고 나와 둘러싸며, 한 형사는 '사람새끼냐'라고 외치고 또 다른 형사는 계급장을 뜯어내면서 '이거 때문에 그랬어요? 넌 개새끼야'라고 일갈합니다. 그러나 최철기의 죽음 역시 '명수사관이 과거 원한을 산 조폭의 보복으로 살해당했다'라는 뉴스로 보도되면서 진실은 또다시 묻힙니다. 한편 주양 검사는 김양수 회장과의 스폰 관계가 드러나는 듯했으나, 장석구가 사망한 이후로 이러한 일들이 유야무야 되어버렸고 자신의 장인 역시 수없이 부당거래를 저질러온 양반이기 때문에 연예인 마약 스캔들 등으로 이를 무마해버릴 것임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납니다. <부당거래>의 가장 무서운 엔딩은 "누가 이겼나"가 아니라, "이 구조는 여전히 돌아간다"는 확신입니다. 관객이 느끼는 공포는 살인의 잔혹함이 아니라, 정의가 거래되는 속도입니다. 너무 빠르고,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한 번의 '작은 거래'는 사람을 어디까지 끌고 가는지, 그리고 그 거래의 총량이 사회 전체를 어떻게 부패시키는지를 이 영화는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범죄영화로 끝나지 않고 사회에 대한 보고서처럼 남으며, 보고 나면 내가 매일 타협하며 넘겨온 '작은 부당함'들이 더 또렷해집니다.


[출처]
나무위키 - 부당거래: https://namu.wiki/w/%EB%B6%80%EB%8B%B9%EA%B1%B0%EB%9E%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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