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기생충〉은 단순한 빈부 격차 이야기를 넘어, 계급이 사람들의 언어·취향·냄새·동선 같은 생활의 디테일로 어떻게 체화되는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명확한 악인이 없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나름의 논리로 살아가지만, 결과는 늘 누군가의 모멸과 배제로 귀결됩니다. 웃음으로 시작해 점점 숨이 막히는 톤 변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계급 문제를 얼마나 자주 "농담"으로 넘기며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계급 격차를 드러내는 냄새와 선의 경계
영화는 기택 가족이 반지하 집에서 피자박스 접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기우의 친구 민혁이 고액 과외를 제안하면서, 기택 가족은 위조 서류와 정교한 연기로 박 사장 집에 하나씩 침투합니다. 기우는 연세대학교 재학증명서를 위조해 영어 과외 선생님이 되고, 기정은 일리노이 주립대 출신 미술치료 선생님 '제시카'로 위장합니다. 충숙과 기택 역시 각각 가정부와 운전기사로 고용되면서, 온 가족이 박 사장 집안에 기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침투를 단순한 사기극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기택 가족의 기지와 순발력은 관객에게 일종의 쾌감을 주지만, 동시에 그 기지가 결국 서로를 속이고 밀어내야만 작동하는 생존술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윤 기사를 해고시키기 위해 기정이 팬티를 차 안에 남기고, 가정부 문광을 내보내기 위해 복숭아 알레르기를 이용하는 장면들은 영화의 핵심 질문을 던집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박 사장은 기택에 대해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면서도 결국엔 절대 선을 안 넘는다"고 평가하지만, 동시에 "냄새가 선을 넘는다"고 말합니다. 이 대사는 계급 격차가 도덕적 판단을 넘어 감각적 차원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박 사장이 말하는 "지하철 타는 분들 특유의 냄새", "오래된 무말랭이 냄새", "행주 삶을 때 나는 냄새"는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계급을 구분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입니다. 다송이가 기택, 충숙, 기정에게서 "똑같은 냄새"를 감지하는 장면은, 아무리 정교하게 위장해도 계급의 흔적은 몸에 각인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박 사장 부부는 악의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순진하고 착한" 사람들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충숙의 말처럼 "부자니까 착한 것"입니다. 돈이 다리미처럼 구김살을 펴주기 때문에,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상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교가 "지하철 타본 지 너무 오래됐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들의 선함이 구조적 무지 위에 세워져 있음을 드러냅니다. 무지는 때때로 악의보다 더 단단한 폭력이 됩니다.
기생충의 공간 상징으로 본 계급의 시각화
〈기생충〉에서 가장 강렬한 장치는 공간입니다. 반지하의 낮은 시선과 언덕 위 박 사장 집의 탁 트인 창,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계단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의 시각화입니다. 기우가 처음 박 사장 집을 방문할 때, 그는 "계단과 언덕 등 오르막길을 여러 번 올라간 끝에" 도착합니다. 이 상승의 동선은 희망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그 희망이 얼마나 가파르고 힘든지를 보여줍니다. 박 사장 집은 유명한 건축가 남궁현자 선생이 직접 지은 집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정원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합니다. 기정이 욕조에서 거품목욕을 하며 "이 집에서 오래 산 느낌"을 받는 장면은, 공간이 단순히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반면 기택 가족의 반지하 집은 취객의 노상방뇨가 창문으로 보이고, 꼽등이가 득실거리며, 가두소독 때 창문을 열어두는 곳입니다. 같은 비가 내려도, 박 사장에게는 캠핑을 취소하는 정도의 불편이지만, 기택 가족에게는 집이 침수되는 재난이 됩니다. 비 오는 밤,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에서 탈출해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입니다. 그들은 터널과 내리막 계단을 끊임없이 내려가며, 이 하강의 동선은 앞서 올라갔던 희망의 경로를 정확히 역전시킵니다. 기우가 계단 중간에서 멈춰 서서 흘러내려오는 빗물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가 자신의 위치를 깨닫는 순간처럼 보입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반지하는 이미 침수되어 있고, 구정물이 역류하는 변기를 뚜껑으로 막는 기정의 모습은 계급의 잔혹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가장 은밀한 공간은 지하 방공호입니다. 박 사장 가족조차 모르는 이 공간에는 오근세가 4년 넘게 숨어 살고 있었습니다. 근세는 대만 카스테라 사업 실패로 빚을 지고, 아내 문광의 도움으로 방공호에 기생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는 박 사장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전등 스위치를 눌러 동작 감지 센서등처럼 보이게 하고, 모스 부호로 "리스펙트"를 전합니다. 근세의 존재는 기택 가족보다 더 아래 계층이 있음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존하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드러냅니다. 방공호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는 위기 시 숨는 피난처이지만, 동시에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는 감옥이기도 합니다. 근세는 "뭐 땅밑에 사는 사람들이 한둘인가? 반지하까지 치면 더 많지"라고 말하며, 자신의 처지를 일반화합니다. 이 대사는 한국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하의 사람들"을 환기시킵니다. 기택이 방공호로 도망친 결말은, 그가 결국 근세와 같은 위치로 전락했음을 의미합니다.
생존 전략과 폭발의 필연성
기택 가족의 침투는 정교한 계획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즉흥적 대응의 연속입니다. 기우가 "계획이 뭐냐"고 묻자, 기택은 "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라고 답합니다. 이 대사는 하층 계급이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을 반영합니다. 그들은 매 순간 생존을 위해 반응할 뿐, 미래를 설계할 여유가 없습니다. 영화는 두 가족의 생존 전략을 대비시킵니다. 박 사장 가족은 계획적으로 캠핑을 가고, 파티를 열고, 자녀 교육에 투자합니다. 반면 기택 가족은 피자박스 접기 아르바이트로 끼니를 때우고, 무료 와이파이를 찾아다니며, 기회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침투합니다. 이 대비는 계급이 단순히 소득의 차이가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임을 보여줍니다. 다송이의 생일 파티 날, 모든 긴장이 폭발합니다. 기우가 방공호로 내려가 근세와 대면하고, 근세는 아내 문광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기우와 기정을 공격합니다. 근세가 정원으로 나와 기정을 칼로 찌르는 순간, 평화로운 파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다송이는 근세를 보고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기절하고, 박 사장은 다급하게 기택에게 차키를 던지라고 소리칩니다. 결정적 순간은 박 사장이 근세의 몸에서 차키를 주우며 코를 막는 장면입니다. 아들이 졸도하고 정원이 피투성이가 된 그 순간에도, 박 사장은 반사적으로 근세의 악취에 얼굴을 찌푸립니다. 이 본능적 혐오를 목격한 기택은, 그동안 억눌렀던 모든 굴욕과 분노가 폭발하면서 박 사장을 칼로 찌릅니다. 이 살해는 계획된 것이 아니라, 순간적 폭발입니다. 기택은 잠깐 눈을 감고 이성을 되찾은 뒤, 넋나간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가 방공호로 사라집니다. 영화는 이 폭력을 정당화하지도, 단순히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그 폭력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축적되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박 사장의 "냄새" 발언, 연교의 무신경한 태도, 근세의 절망적 복수, 기택의 누적된 굴욕감이 모두 한 순간에 터진 것입니다. 충숙의 말처럼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터져도 다 상관없는" 상황이 만들어낸 비극입니다. 결말에서 기우는 돈을 벌어 박 사장 집을 사서 아버지를 구출하겠다는 편지를 씁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희망을 따뜻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기우가 편지를 쓰는 장면은 현실이 아니라 망상이며, 실제로는 여전히 어두운 반지하에서 피자박스를 접고 있을 뿐입니다. 이 페이퍼 플랜은 희망이 아니라, 희망조차 계급에 의해 배분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기생충〉은 계급 격차를 고발하면서도, 그 격차가 냄새·공간·생존 방식으로 어떻게 체화되는지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영화는 누가 더 나쁜가를 묻지 않고, 대신 시스템 자체가 인간을 기생의 관계로 엮어 놓는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박 사장의 무지, 기택의 굴욕, 근세의 절망이 모두 한 공간에서 충돌하며 만들어낸 비극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서 있는지 질문하게 만듭니다. 영화가 남긴 찝찝함은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이 '기생'의 구조 안에 살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됩니다.
[출처]
나무위키 - 기생충(영화): https://namu.wiki/w/%EA%B8%B0%EC%83%9D%EC%B6%A9(%EC%98%81%ED%9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