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영화 〈공기살인〉을 보고 나서 며칠간 그 무게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한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재난영화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참사를 다룬 현실 고발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그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 참혹한 현실을 스크린 위에 올려놓았고, 저는 그 앞에서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던 치명적 독성물질
영화 속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수영장에서 아이가 갑자기 쓰러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수영을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그 장면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건강하던 아이가 물속에서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폐가 돌처럼 굳어버리는 과정은 그 자체로 공포였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바로 집 안에서 매일 사용하던 가습기 살균제였다는 사실은 더욱 끔찍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에는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PHMG란 살균 효과는 뛰어나지만 인체에 흡입될 경우 폐 조직을 손상시키는 유독성 화학물질을 의미합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이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장기간 흡입되면 급성 폐손상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문제는 이런 위험성을 기업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 제품이 국내에서만 유통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인체 유해성 때문에 허가되지 않았던 제품이 우리나라에서는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아무런 안전 검증 없이 판매될 수 있었습니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약 천만 통이 팔렸고,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공식 집계된 피해 신청자만 8,039명이며, 이 중 5,971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출처: 환경보건시민센터). 하지만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화 속에서 의사 태훈이 아내의 폐를 부검하는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폐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마치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급성 폐섬유화 증상은 일반적인 폐질환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고, 그 원인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만약 제 가족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공기살인 속 기업의 탐욕과 책임 회피의 민낯
영화에서 가장 분노했던 부분은 기업 측의 태도였습니다. 오투(영화 속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의 팀장은 "천만 명이 썼는데 고작 몇 명 죽은 거냐"며 교통사고에 비유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단순한 확률 게임으로 치부하는 그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기업이라는 조직이 이익 앞에서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로비를 통해 정치인을 포섭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심지어 검찰까지 압박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피해자 측 변호를 맡으려던 검사 영주가 하루 만에 잘리는 장면은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더 끔찍한 것은, 피해자 측이 섭외하려던 변호사가 오히려 가해 기업 측에 붙어버린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법적 시스템이 얼마나 불공정할 수 있는지 절감했습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CSR이란 기업이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 전체의 이익과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경영 원칙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이런 원칙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기업들은 제품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판매했고, 문제가 발생한 뒤에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제 생각에 가장 큰 문제는 처벌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수천 명이 죽고 다쳤지만, 실질적인 처벌은 미약했습니다.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로 처리되었지만, 이는 고의성이 없는 과실로 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드러나듯, 기업들은 위험성을 알고도 판매를 강행했습니다. 이것은 과실이 아니라 고의에 가까운 범죄였습니다. 저는 이런 사건에는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의 허점, 그리고 피해자들의 끝나지 않은 고통
영화를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법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현실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상대는 대형 로펌과 전관 변호사를 동원했습니다. 법정은 공평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돈과 권력이 있는 쪽이 유리한 구조였습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더 명확하고 강력한 처벌 규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L법(제조물책임법)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여기서 PL법이란 제조업자가 결함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무과실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사건 당시 이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웠고, 기업들은 온갖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들은 긴 시간 동안 고통 속에서 싸워야 했습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자막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2022년 현재까지도 피해자 구제와 조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막을 보면서, 이 사건이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비극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주요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사전 안전 검증 시스템 부재
- 기업의 고의적 위험 은폐에 대한 처벌 규정 미흡
- 피해자 구제 절차의 복잡성과 장기화
- 인과관계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 불공정한 구조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려면 법과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제품은 더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기업이 고의로 위험을 숨겼을 때는 훨씬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또한 피해자 구제 절차도 더 신속하고 간편해져야 합니다. 〈공기살인〉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재연한 영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묻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가 당연하게 믿었던 '안전'이라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법적 장치와,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분노하게 만드는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참고: https://namu.wiki/w/%EA%B3%B5%EA%B8%B0%EC%82%B4%EC%9D%B8, https://www.youtube.com/watch?v=Z9bNN2RIpHM, https://cine21.com/movie/info/?movie_id=56934, https://cine21.com/news/view/?mag_id=99978, https://www.mcee.go.kr/home/web/board/read.do;jsessionid=wSPegIZDnFhWa8cjsFsNLqKWchT9ArLBvMqyRYPV.mehome1?menuId=10525&boardId=1845420&boardMasterId=1, https://cine21.com/news/issue/view/?mag_id=1877